어떤 부잣집에 무남독녀가 있었습니다. 귀엽게 잘 키워서 시집갈 때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중매쟁이가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어르신, 동쪽에 좋은 신랑감이 있는데 집안이 굉장히 부자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흠이라면 신랑감이 좀 모자라는 것입니다.”

다른 중매쟁이가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서쪽에 좋은 신랑감이 있는데 그 사람은 인물이 좋고 아는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흠이라면 집이 가난한 것입니다.”

처녀의 아버지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는 딸을 불러서 직접 물어 보았습니다.

“아가야, 너는 동쪽 사람이 맘에 드느냐, 서쪽 사람이 맘에 드느냐?”

딸은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다시 물었습니다.

“아가야, 말하기가 거북하면 행동으로 표시하거라. 동쪽 사람이 좋으면 오른손, 서쪽 사람이 좋으면 왼손을 들어보아라.”

그랬더니 딸이 기다렸다는 듯이 두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깜짝 놀란 아버지가

“아가야, 이게 어찌된 일이냐?”하고 물었습니다. 그때 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동쪽 사람은 사람이 좀 모자라지만 돈이 많으니까 밥은 동쪽 집에서 먹고 서쪽 사람은 가난하지만 사람이 똑똑하니까 잠은 서쪽 집에서 자겠습니다.”

여기서 ‘동가식서가숙(東家食 西家宿)’이라는 말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동쪽 집에서 밥 먹고 서쪽 집에서 잔다’는 뜻입니다.

신앙인 가운데도 ‘동가식서가숙 신앙인’이 있습니다. 세상과 교회에 양다리를 걸치고 인생이 고달프면 교회를 찾고, 일이 잘 되고 형통하면 세상에 탐닉하는 사람입니다. 신앙인답게 한번쯤 세상을 등지고 하나님께로 돌아서면 좋으련만 세상에 대한 미련 때문에 결단을 못합니다. 하나님을 떠날 용기도 없고 세상 쾌락에 결별을 고할 용기도 없어서 어정쩡하게 양쪽을 취하려다가 실패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본문에 나오는 베드로는 항상 극과 극을 달린 제자였습니다. 좋을 때는 한없이 좋고 나쁠 때는 아주 형편이 없었습니다. 그가 어느 날 물 위를 걸어오시는 분이 예수님인 것을 알고 즉각 소리쳤습니다. “주여, 만일 주시어든 나를 명하사 물위로 오라 하소서.”

주님도 즉각 응답하셨습니다. “베드로야, 내게로 오라.”

베드로가 물 위를 척척 걸어갔습니다. 얼마나 신났겠습니까?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베드로는 보기 좋게 물속으로 처박히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을 바라볼 때는 잘 걸어갔지만 ‘바람 한번 훔쳐본 죄(?)’로 그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주님께서 손을 내밀며 말씀하셨습니다. “믿음이 적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여기서 “왜 의심하였느냐?”라는 말은 “왜 두 마음을 가졌느냐?”라는 뜻입니다. “나만 보고 똑바로 걸으면 승리하는데 왜 한눈으로 바람(세상)을 보고 실패하느냐?”라는 주님의 책망이었습니다.

독일의 신학자 카를 바르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수님과 바람, 예수님과 현실 생활, 예수님과 우리의 소망, 예수님과 우리의 고난 등을 이야기하는데 바로 이 ‘예수님과’라는 말의 ‘과(and)’가 우리 생활에 있기 때문에 실패한다.”

예수님이면 예수님이지, 왜 ‘예수님과 바람’ ‘예수님과 현실생활’ 등을 말하면서 자꾸 ‘과’를 붙이느냐는 것입니다.

빛은 빛입니다. 어둠과 타협하지 않습니다. 믿는 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이면 하나님, 세상이면 세상, 둘 중 하나를 분명히 택해야 합니다. 그 중간지대에서는 절대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